온라인 밴더의 현실. 농축산물 위탁판매.
몇 년전까지 온라인 판매 밴더를 했었다.
위 분야가 생소한 사람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온라인 쇼핑몰 판매가 저조한 회사의 상품을 대신 팔아주는 업종이다. 지금은 온라인 판매 대행을 안 하고 있다. DM은 사절이다.
얼마전 “무료강의 농축산물 위탁판매”라는 유튜브 강의를 보게 되었다. 광고가 다 그렇지만, 경쟁도 별로 없고 해서 월 농축산물을 온라인으로 팔면 몇 천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 준다는 강의 광고다.
같은 업종에 있는 사람으로서 까고 싶지는 않지만, 당연한 말이지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온라인 쇼핑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답은 유통이다. 좋은 상품을 적당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면 왠만큼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업종마다 경쟁과 판매루트가 다르긴 하지만, 성공의 핵심은 유통이 90%, 나머지는 상세페이지, 마케팅이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네이버, 쿠팡, 유튜브를 통한 강의만 들어도 꽤 괜찮은 마케팅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상세페이지의 경우도 크몽등을 통해서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돈 질하면 마케팅, 상세페이지등은 깔끔하게 해결 할 수 있다.
아마도 (듣지는 않았지만) 이런 강의는 상세페이지와 마케팅에 대한 강의 일 것으로 추측한다.
농축산물의 온라인 판매가 힘든 이유는 유통이 힘들고 마진이 박하기 때문이다.
몇 년전 몇 군데의 도청, 군청에서 협력 요청이 왔었다. 각 군구의 지자체에서 해당 지역의 농수산물 판매자의 온라인 쇼핑을 도와 달라는 내용이였고, 해당 지역의 공무원들과 미팅 후, 판매를 들어갈 예정이였다.
이런 경우 계약서를 두 부를 작성해야 한다. 각 지역 단체와 계약서, 농수산물 회사와 계약서. 이전에 농수산물을 블로그를 통해 판매를 해서 중박 정도를 냈던 경험도 있어서 뛰어 들었는데..
어쨌든 이런 과정이 일반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꽤 복잡한 편이다.
1. 지자체의 보조금이 필요하다. 택배비 보조, 판매 장려금등의 정책 등.
2. 택배비가 비싼 경우가 많다. 오지도 있기 때문이다.
3. 네이버 스토어, 쿠팡, 옥션등등의 카티고리 엠디들과의 회의도 많은 편이다.
4. 상세 페이지, 사진등의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돈이 꽤 들어간다.
5. 판매자와의 의사 소통이 꽤 힘들다. 그 당시 판매자들의 경우, 컴퓨터 사용이 능숙하지 못했다. 엑셀…ㅜ.ㅜ
6. 먼 거리를 오가야 해서 회의등을 위해서 교통비가 많이 들어갔다.
7. 기존의 중간 유통사가 있는데 그들의 입김이 꽤 쎈 편이다.
이런 것 고려해서 지자체 한 곳당 약 50여군데 이상의 농촌 판매자들과 소통을 해야 했다. 농수산물이라는 특성상 마진률이 작은 편이였다. 마케팅 비용 제외하고 순 마진률이 5%..
뭐 크다면 클 수 있겠지만, 이런 노력으로 건강 식품, 수입 화장품을 판매하면 마진률이 50~70%를 받던 내 입장에서는 이걸 손대야 할까 하고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중단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지자체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보조금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 후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각 지역별로 내가 직원과 사무실, 창고를 차리고 진행을 해야 했는데, 이렇게 되면 내가 농수산물 유통까지도 해야 한다는 경영적인 문제까지 발생하게 된다. 마진률 5%에 이런 것까지.. ㅎ
농수산물은 메리트가 있는 업종이다. 안정적인 수익이 될 수 있고, 세금등의 혜택과 각 계절별로 판매 가능한 상품의 순환이 있다.
그렇지만 온라인 쇼핑을 통해서 거대 자본이 들어간 기존 판매자들과 싸워야 하고, 그럴려면 브랜드 경쟁력 없는 지역 상품의 경우 가격 경쟁도 불사를 해야 했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베이스가 안 되어 있다.
친한 온라인 쇼핑몰 농수산물 카티고리 엠디들과 몇 일 간 회의를 해 봤는데, 결국은 못 하겠다는 결론이 되었다. 기존 계약서들은 각 지자체에서 계약 위반을 했기에, 안 해도 될 상황이였다.
만약에 이 글을 보는 사람이 농수산물을 직접 판매하고하 하는 분에게 조언을 한다면.
1. 이런 무료 강의를 들어도 좋지만, 각각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진행하는 강의를 먼저 들어라. 엑셀은 기본적으로 배워놓아라.
2. 농수산물 카티고리의 엠디들을 괴롭혀라. 이벤트 진행 달라고 하고 각 종 정보를 얻어라.
3. 스마트 스토어 한 군데만 뚫지 마라.
4. 생각보다도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상세페이지, 디자인, 상품 촬영 등등..